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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 부사는 쓰지 않기로 했어.

얀 콜베르거

Jan Kohlberger

29

Male

RH+B

186cm·73kg

Poland

inventory

샤넬 블루 드 샤넬 퍼퓸, 뉴포트, <Maladire>(약 600쪽, 양장본), 초대장, 실험동의서

Memory of Critic

‘유작’만을 평론한다. 

그에게 있어 ‘유작’은 작가가 일생에 걸쳐 단 한 번 만들어 낼 수 있는 가장 뛰어난 작품이다. 

작가가 죽은 후에 그의 가장 뛰어난 작품에 대한 평론을 내놓는 것이 보통이나 이따금 살아있는 사람의 작품을 평가하기도 한다.

 

추문, 스캔들, 인품에 대한 언급은 최소화하고 오로지 작품성에 대해서만 얘기한다. 

향간에는 DEUS가 예술계통 memory를 선정하는 알고리즘과 일치하는 게 아니냐는 말이 있는데, 확인된 바는 없다. 

필명을 지우고 보면 담백하게 본질을 따지는 평범한 비평.

앞으로 살아갈 곳이 네버랜드가 아닌 현실 세계라는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한 반항아. 

한평생 키운 늙은 고양이, 독한 럼주와 위스키, 합법과 위법의 경계에 놓인 향정신성 약물을 제외하고는 일단 싫어하고 본다. 

주변 상황이 어떻든 인간관계가 어떻게 되든 전혀 신경 쓰지 않는다.

 

특별히 냉담하지도 특별히 난폭하지도 않지만, 특유의 공격성이 그를 회의주의자의 길로 이끌었다.

변덕스럽고 시큰둥한 성미에 “세상에는 두 가지 종류의 사람이 있지. 하나는 모든 것을 두 가지 종류로 나누는 사람이고, 또 하나는 그러지 않는 사람이야.”

라는 식의 화법을 구사한다.

 

자신을 포함해 모든 인간의 가치를 아주 낮게 평가하는데, 이는 인류를 이상향을 위해 소모되는 무가치한 부품으로 보는 시각에 근거한다.

그리하여 아무것도 기대하지 않고 모든 것을 포기하였으나 모순적이게도 이 탓에 너그럽거나 정중하거나 관대한 사람처럼 보일 때가 있다.

★★☆☆☆

어느 날, 최연소 노벨문학상 수상자이자 차기 memory of로 예정되어 있던-이는 DEUS와 WEU만이 아는 사실이다-

젊은 대문호의 권총 자살 소식이 신문 1면에 실렸다. 그는 죽기 전 자신의 일기와 습작을 모조리 불태웠고

탄알이 두개골과 뇌에 박힌 저장 매체를 함께 박살 내버렸기 때문에 WEU가 자랑하는 완전기억시스템은 무용지물이 되어버렸다.

 

인류의 재산이 되었을 대문호의 죽음을 조사하기 위해 원시적이고 간접적인 방법이 동원되었다.

주변 사람들의 기억시스템을 통해 ‘왜 자살하였는가?’를 귀납적으로 밟아가던 이들은 위대한 작가가 가장 신뢰하는 친구의 존재를 발견했다.

그의 이름은 ‘얀 콜베르거’. 후에 밝혀진 내용은 다음과 같다.

 

『인류는 언제나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인류는 개인의 집합이다. 그렇다면 개인 역시 언제나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시작과 끝이 있어야 한다면, 그 끝은 더 이상 발전하지 못할 때 찾아오며 최후는 정점에 선 순간에 맞이해야 한다.』

이러한 사상에 심취해있던 작가는 가장 위대한 평론가에 의해 자신이 내놓을 수 있는 최고의 걸작을 마지막으로 삶을 종지하였다.

 

과거에 단단히 얽매인 동시에 자유로워진 순간이었다. 다른 길이 있었다는 것을 알지만 후회하진 않는다.

그는 그것을 바라지 않을 것이고 나 역시 그것을 바라지 않고, 그날 뱉어버린 말은 반드시 해야 할 말이었다고 생각하니까.

그 어떤 기억도 지우지 않는다. 결단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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