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emory of Sculptor
목재, 석재, 진흙, 금속 등의 재료를 사용하여 입체적인 조각작품을 창작하는 사람.
소냐의 경우 금속보다는 석재나 목재 조각을 위주로 하며, 생물보다는 무생물이나 추상적 느낌, 도형에서 모티브를 얻어 작업한다.
그녀의 조각은 대체로 불안정하고 위태로운 느낌을 주면서도 시선을 뗄 수 없게 만드는 기묘한 흡입력을 발휘한다는 호평이 많다.
실제 사회에 직접적인 방향으로 기여하고 있지는 않으나 후대에 길이 남겨질 명실상부한 예술 작품을 만든다는 점에서 재능의 중요도가 높게 판정되었다.
대부분의 상황에서, 앞에 나서서 말하고 행동하기보다는 지켜보고 있는 자세를 취한다. 전형적인 관찰자.
언제나 한 걸음쯤 발을 빼고 있다는 느낌을 주며 제 이야길 잘 하지 않아 과묵한 사람으로 보이기도 하나 가까이 지내 보면 말수는 보기보다 많다.
주로 하는 말은 질문, 특히 이유에 대한 것. 사람들을 이해하고 싶어하지만 이해하지 못하고, 그래서 끝없이 이해하고 싶어한다.
날 때부터 공감능력이 심각하게 떨어졌다. 즉, 선천적인 사이코패스. 특히 두려움, 죄책감, 애착, 동정심 등을 느끼는 능력이 매우 부족함.
철저한 학습 끝에 사회적으로 받아들여지는 범주를 익히는 것에 성공하여 범죄나 가학행위 등의 문제를 일으키는 일은 결코 없으나,
말이나 표정으로 타인에게 다소 위화감을 주는 경우는 있다.
감정의 수준은 낮으나 없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자신이 느끼는 감정에 대해서는 격하게 반응하기도 한다. 특히 크게 느끼는 것은 짜증과 분노.
타인을 자신과 같은 존재로 인식하지 못하기 때문에 입장을 바꿔 생각하거나 예를 드는 방식의 교육은 불가능했으며,
현재까지도 그녀의 인식 수준은 ‘누군가를 해치면 결국 나도 손해를 보기 때문에 참는 편이 좋다’ 정도에 가깝다.
자신의 장애나 이상 행동을 타인에게 드러내서 좋을 것이 없다는 사실을 (이해하지는 못하나) 수긍하고 있기 때문에,
특별한 스트레스 요인이 없는 상황에서는 나름대로 타인의 행동을 흉내내며 일반적으로 보이려 노력한다.
다만 근본적으로 공감이 결여되어 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부족한 부분이 생겨 위화감이 느껴진다.
특별한 사건 없이 길지 않은 기간을 함께 보낸 사람들의 평은 대개 ‘무뚝뚝하고 표정변화가 없는 괴짜’ 정도.
★★★★☆
경제적으로 풍족한 집안의 막내딸.
어린 시절 작은 동물을 반복적으로 살해하거나 괴롭혀 품행장애(이후 반사회적 인격장애) 진단을 받았으며,
이후 거의 온 가족이 소냐의 교육에 매달려 노력한 끝에 표면적으로나마 일반적인 생활이 가능한 수준으로 나아졌다.
그럼에도 가족들은 여전히 그녀를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처럼 여기고 있으며,
본인 역시 사람들과 어울리며 의식적으로 정상 범주의 행동을 유지하는 것을 피곤해해 진단 이후 타인과의 접촉을 최대한 줄였고
성인이 된 후에는 아예 대부분의 시간을 혼자 작업실에서 보냈다.
절대로, 무슨 일이 있어도 사람을 다치게 해서는 안 된다는 교육을 어릴 때부터 반복적으로 받았다.
사실상 세뇌에 가까웠으며 지금까지도 가장 맹목적이고 기초적인 행동원리로 남아 있다.
어떤 경우에도, 설령 남이 먼저 자신에게 위해를 가하더라도 반격조차 하지 않을 것이다. 어떤 의미에서는 다섯 살짜리 어린아이보다 무해할 수 있다.
분노와 충동을 참고 억누르는 것이 습관화되어 있으나, 그럼에도 간혹 참지 못할 경우가 있다.
그러나 상기했듯 그 분노가 타인을 향하는 일은 절대로 없기에 폭발한 감정은 온전히 자신을 향한다.
즉, 자해한다. 주로 조각도로 팔뚝이나 허벅지를 찌르고 긁어 상처를 낸다. 다리를 저는 것 역시 과도한 자해에서 비롯되었다.
실생활에는 불편함이 없을뿐더러 치료 과정에서 자해로 인한 상처임이 밝혀지고, 더 나아가 인격장애에 대해서까지 밝혀져
'인류가 없애고자 하는 범죄자'와 같은 취급을 받게 될 가능성을 두려워한 가족이 치료받지 않을 것을 권유하였다.
자해 자체를 말렸다가는 갈 곳 잃은 충동이 타인을 향할 것이 두려웠기에 거기까지는 요구하지 못했다.
언제나 스트레스가 누적되고 있는 상태이기 때문에, 혼자 조용한 곳에서 조각을 하는 것으로 마음의 안정을 찾는다.
오랫동안 하지 못할 경우 쉽게 불안해한다. 짧은 실험 기간임에도 조각칼을 숨겨 가며 가져온 것은 이 때문이다.
습관처럼 주변을 관찰하고 일기를 쓴다. 들어가는 내용의 대부분은 객관적인 사실, 자신의 감정이 난잡한 문체로 약간쯤.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기에 단 한 번도 자신의 기억을 소거하지 않았고, 모든 일들을 기억하고 있다.
온 가족이 천주교를 믿으며 소냐의 사이코패스 진단 이후 더욱 깊어졌다.
본인은 어떠한 신앙심도 없지만, 가족의 영향으로 언제나 습관처럼 묵주를 몸에 지니고 다닌다.